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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이야기

공감됐던 소소하지만 묵직한 영화,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

by 퍼스트클라스 2021.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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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보게 된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 원 제목 명은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한국 제목보단 원제목이 더 영화의 이미지와 맞는 것 같다.

결혼한 지 몇 년 안된 부부인 하루와 츠레. 여기서 츠레는 하루가 부르는 남편의 애칭이다. 작은 외국계 회사를 다니던 츠레는 아침 출근 전 죽도록 가기싫다는 표정을 짖고 있다. 사람으로 꽉 찬 만원 지하철도 타기 싫고 매일 싸서 다니던 도시락에도 손이 안간다. 하루는 처음에는 그런 남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결국 클리닉에 다녀오기를 추천하고 츠레는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된다.

그닥 인기 없던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하루는 츠레의 상태를 매일 만화로 그려낸다. 그리고 츠레를 생각하는 마음에 회사를 쉬지 않으면 이혼하자고 선언해버린다. 츠레는 하루의 말대로 회사를 그만두고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푹 쉬게 된다.

회사를 쉬지만 바로 낫지 않는 우울증. 어느 날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기도 하고 어느 날은 기분이 하늘 끝까지 솟아 둥둥 떠다닌다. 그러다가 하루 종일 잠을 자기도 하고. 좀 나아졌나 싶었을 때 생계를 위해 한층 바빠진 하루는 츠레에게 무심코 화를 내게 된다. 츠레는 하루를 귀찮게 했던 자신이 너무 한심해져 욕실에서 숨죽여 울다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다행히 하루에게 발견돼 큰 일은 일어나지 않고 하루는 츠레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한다. 

하루는 츠레를 위해서 우울증에 좋다는 음식도 준비하고 한없이 자기혐오에 빠진 츠레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말고 자기처럼 빈둥대라며 몸소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츠레를 돌본다. 그 과정에서 하루도 성장하게 되고 츠레도 점차 건강을 되찾는다.

 

 

어찌보면 별 다를것 없이 소소한 이야기들인데 뭔가 꽉꽉 차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우울증에 걸려봤기 때문인지 공감되기도 하면서 츠레에게 감정 이입이 되어 아픈 츠레를 정성스레 돌봐주는 하루가 너무 예쁘고 고마웠다. 이런 이야기들을 꾸밈없이 심각함도 없이 자연스럽게 담아내어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 아닌 내 옆집에서 일어난 일처럼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츠레가 아침 출근에 힘들어하는 모습, 츠레가 한없이 자기혐오에 빠져 우울해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랬던 모습이 떠올랐다. 사실 우울증은 치료까지 1년 가까이 걸리고 재발이 쉽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많이 호전되어 지금은 우울한 생각이 많이 없어졌지만.

특히 츠레가 이 세상에서 혼자만 뒤쳐진 느낌이야, 혼자 동떨어진 느낌이야, 외로워. 할때에는 정말 공감됐다. 남들은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갈 때 우울증에 걸려서 한없이 우울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나는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차버리고 결국 죽고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이 때에는 옆에 있는 가족만이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동앗줄이다. 하루가 츠레에게 그랬듯이.

가벼운 마음을 보았지만 결국 나의 경험담으로 인해 의외로 묵직하게 다가왔던 영화이다.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들이라면 공감대를 가지고 볼 수 있는 영화이며 위안과 감동을 두 배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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