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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퇴사준비

회사 때려치우기 실패 시리즈 - (1)네일아트

by 퍼스트클라스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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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지금은 좀 사그러들었지만 한 때 파이어족이 유행이던 때가 있다. 일찌감치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은퇴를 하는 사람들. 나도 물론 이 달콤해 보이는 것에 금방 매료됐고 마침 회사 다니는 게 거지같기도 했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몇 년간 노력해왔다. 그러나 아직 나는 회사를 착실히 다니고 있다. 유튜브에서 떠드는 파이어족이 되려면 어쩌고 저쩌고. 쉬워보인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나는 이제부터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회사를 때려치우기 위해 지난 몇 년 간 해왔던 뻘짓들을 공유하려 한다. 수치스러운 과거를 공유하는 이유는 다시는 본인이 실수를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리고 이 글을 보고 나와 같은 뜻을 가진 분이 위로를 얻고 같은 뻘짓을 하지 않도록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네일아트


때는 아마 2015년에서 2016년 넘어가는 즈음인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손톱이 펼쳐지는 작은 예술인 네일아트에 관심이 조금 많았다. 새로운 문물에 워낙 관심을 갖는 편인 나는 내 습성을 이해하고 관심까지만 가졌어야 했는데 급기야 네일아트 자격증반 학원에 등록하고야 만다.

왜 등록했냐 하면 흥미를 넘어서 창업을 하고팠다. 당시 회사에 괴로운 일이 많아 때려치우고 내 사업을 하고 싶었다. 당시 네일아트 샵은 문전성시를 이루는 인기 업종이었다. 근데 그 샵을 차리려면 일단 네일아트 자격증이 있어야 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네일아트에 입문했다.

회사 입사 3년 차였던 나. 양재역에서 꽤나 걸어가야 하는 곳이 회사가 위치해 있었다. 나는 회사가 끝나면 필사적 빠른 걸음으로 강남역에 있는 학원으로 또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학원에 등록한 첫날, 선생님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마지막엔 내 손에 얹힌 허접한 네일아트를 보고 비웃었다(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허접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고는 필수 준비물이라며 여러 가지 네일용품을 거의 강매하다시피 했다. 네일아트 지식이 전무했던 나는 몇백만 원의 학원비와 함께 거의 100만 원에 육박한 허접한 품질의 준비물을 구매했다. 완전 호구였다. 만약 네일아트 학원에 등록한다면 준비물은 잘 알아보시고 좋은 품질의 중고 용품을 구매하시길 추천한다.

학원은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손톱의 큐티클 제거, 파일링, 매니큐어, 젤 네일까지 전부 배울 수 있는 코스였다. 문제는 내 손톱이었다. 내 손톱은 어렸을 적 물어뜯는 버릇 때문에 모양이 스카이형이라는 하늘로 솟은 모양이었고 바디가 짧은 못생긴 손톱이었다. 기본적으로 내 손에 연습하는 구조라 점점 할 맛이 안 났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예쁘고 건강한 손톱을 가졌더라면 더 할 맛이 나고 재미를 붙였을텐데.

두 번째 문제는 냄새와 가루였다. 파일링을 하면서 내 손톱에서 나오는 가루들이 나의 기관지를 파고들었다. 게다가 다양한 약품에서 나오는 그 유독한 냄새. 코를 찌르는 그 냄새에 머리도 아프고 곧 암에 걸릴 것 같았다. 그렇게 시나브로 흥미를 잃어갔다.

그래도 학원비가 아까워서 자격증은 따야겠다는 마음에 자격증 시험에 지원했다. 당시 자격증 시험은 이론 시험과 실기 시험으로 나뉘었다 (현재는 어떨지 모르겠다). 이론 시험은 쉬웠다. 거의 자동차 운전면허증 시험 수준이었다. 문제는 실기 시험이었다. 실기 시험은 모델을 써야 했고 학원에서 배운 모든 과정을 익혀야 했다. 모델은 10만 원가량의 모델료를 줘야 했고 실기에 약했던 나는 급기야 1차 이론 시험에 합격해 놓고 2차를 계속해서 미루기 시작했다. 2차 시험 기한은 1차 합격 후 2년.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결국 2년이 속절없이 지나가 버렸다.

나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네일아트가 하기 싫었던 것 같다. 아니 싫었다. 자격증을 딴다 해도 써먹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중도 포기했다. 어차피 따서 샵을 차릴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뚜렷한 목표 없이 호기롭게 시작만 한 일이었다. 흥미를 갖는 것과 업으로 삼는 것은 내 생각보다 괴리가 컸다. 의지박약일 수도 있다. 쉽게 포기하는 성격 탓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렇게 나의 네일아트샵 창업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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