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퇴사준비

회사 때려치우기 실패 시리즈 - (3)공방

by 퍼스트클라스 2022. 12. 8.
반응형

회사로 인한 스트레스가 날로 쌓여만 가던 어느 날. 흙을 만지면 힐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도자기 공방을 찾아갔다. 열심히 빚어서 구우면 나오는 결과물에 꽤나 만족했는지 정규 코스에 등록을 하고 말았다.

나름 스트레스도 풀리고 결과물이 실용적이기도 하고 예술적인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처음에는 만족스러웠다. 아 이걸 열심히 배워서 공방 차리고 회사 빠이빠이해야지 하는 어이없는 꿈도 꿨다.


당시 블로그에 올렸던 과정들



그런데 하다 보니 내 실력이 형편없고 예술적 감각도 그닥 없다는걸 점점 깨달아갔다. 또 흙을 손으로 힘을 줘서 주무르고 모양을 만들어야하는데 나는 악력이 보통 여자 이하로 좋지 않았다. 점점 아 이런 나랑 안 맞구나 하는 느낌이 계속 들었고 결국 6개월 이상 지속하기 힘들었다.

가죽 공방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도자기랑은 다르겠지 싶은 마음도 컸다.

역시 처음에는 재미가 있었다. 뚝딱뚝딱 선생님의 지시대로 만들면 가죽 소품이나 가방이 만들어졌다. 가방은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공정과 시간이 들어간다. 재미도 있었고 결과물도 이만하면 괜찮지 싶었다. 그렇게 나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마스터반에 등록했다.

마스터반은 가방이나 소품 갯수를 정해놓고 그 모든 작품을 다 만들면 완료되는 과정이다. 물론 재료비는 별도다. 가죽이라는 재료가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보통 봐줄만한 가죽부터는 가격이 꽤나 비싸다. 각종 용품들이나 소모품들도 많이 필요하고. 내 생각에 가죽공예는 귀족 취미다. 내가 다니던 공방도 주로 고소득층의 시간 많은 주부들이 많았다.

재료비 뿐만일까. 인건비는 어떠하고. 가방 하나를 만들려면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든다. 기계로 만들면 뚝딱 하루만에 만들 것을 사람이 만들면 한달이 걸리니 얼마나 비 효율적인 일인지. 효율충인 나에겐 어찌보면 맞지 않는 취미였다.

과정 중반까지는 마스터반을 다 이수해서 공방을 차려야겠단 생각을 실제로 했었다. 그런데 결국 가죽 공예도 재미가 없어졌다. 재미가 없는데 회사 다니는 거랑 뭐가 다를까. 돈은 더 적게 벌고 더 스트레스 받는거 아닐까하는 결론에 다다랐다.


블로그는 열심히 했던 흔적들



도자기도 가죽 공예도 결국 내 취향이 아닌 걸로 결론이 났다. 나란 사람은 도대체 노는거 빼고 뭘 해야 재밌는걸까 하며 고민의 나날은 끝나지 않는 것이었다.

반응형